김밥’이 편의점: 서울 종로구에서 20년 넘게 분식집을 운영하던 60대 사장님이 지난해 말 문을 닫았다. 마지막까지 메뉴판에 남겨두었던 김밥 한 줄 가격은 4,500원이었다. “시금치 데치고, 단무지 썰고, 계란 부치고 나면 라면 두 그릇 값도 안 된다”는 말이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한국소비자원 집계에 따르면 서울 기준 김밥 평균 가격은 2023년 2월 3,100원에서 올해 2월 3,800원으로 올랐다. 그런데 정작 분식점 수는 2020년 12월 5만4191명에서 2024년 12월 4만9026명으로 약 9.5% 줄었다. 가격이 오르는데 가게는 줄어드는 이 역설의 배경에 무엇이 있는지 따라가 봤다.
김밥 물가 지수 5년간 37% 상승
2026년 3월 김밥 물가 지수는 142.61로, 2021년의 103.47에서 약 37.8% 뛰었다. 같은 기간 전체 외식 물가 지수 상승률 25.2%보다 12.6%포인트 높은 수치다. 계란과 시금치 같은 핵심 재료의 수급 불안정이 주기적으로 반복된 점이 가격 상승을 더욱 가파르게 만들었다. 대구 수성구에서 김밥집을 10년째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계란 한 판 가격이 3개월 사이에 두 번 바뀌는 해도 있었다”며 “메뉴 가격을 올릴 때마다 단골이 발길을 끊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손노동 집약적 구조가 수익성 악화 부른다
김밥 한 줄을 만들려면 재료 손질부터 완성까지 평균 5분에서 7분이 걸린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오르는 환경에서 이 노동 집약적 구조는 수익성을 계속 악화시킨다. 전문가들은 외식업 중 김밥처럼 손 작업 비중이 높은 품목은 인건비 상승의 영향을 평균보다 훨씬 크게 받는다고 지적합니다. 야채 절단기와 김밥 성형기를 도입해 조리 인력을 절반으로 줄인 테이크아웃 전용 매장이 골목 분식점의 빈자리를 메우는 이유가 여기 있다.
편의점 삼각김밥 매출 두 자릿수 성장
분식집에서 사라지는 속도만큼 편의점에서는 김밥의 위상이 달라졌다. 세븐일레븐은 롯데웰푸드, 롯데중앙연구소와 함께 1년간 ‘라이스 프로젝트’를 진행해 전자레인지 없이도 밥알이 딱딱해지지 않는 삼각김밥을 개발했다. 이 제품 출시 이후 올해 1분기 삼각김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다. GS25도 지난 3월 삼각김밥 15종과 일반 김밥을 전면 개편하면서 콩 추출물 기반 조미액을 활용해 밥 자체의 감칠맛을 높였고, 리뉴얼 이후 삼각김밥 매출이 34.2% 증가했다.
1000원대 삼각김밥의 점심 대체 기능
국밥 한 그릇이 1만 원을 넘어선 시점부터 편의점 삼각김밥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점심 대체 식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이를 ‘런치플레이션’ 수혜 현상으로 분석한다. 삼각김밥 2개와 컵라면 한 개로 구성한 세트가 3,000원대에 형성되면서, 외식 1회 가격의 3분의 1 이하로 한 끼를 해결하려는 직장인과 학생층의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CJ 냉동 김밥 자동화 시설과 해외 수출
CJ제일제당은 2026년 3월 말 충북 진천 공장에 식품 업계 최초의 냉동 김밥 전용 자동화 라인을 구축했다. 1년 6개월에 걸쳐 개발한 이 설비는 재료 투입부터 절단과 포장까지 전 공정을 자동화해 중량 균일성과 품질 일관성을 높였다. 2023년 출시한 비비고 냉동 김밥은 현재 미국, 유럽, 호주, 일본 등 25개국에서 800만 개 이상 팔렸으며,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130%에 달한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일본과 미국 시장에서의 초기 반응
일본에서는 2023년 첫 출시 이후 현재까지 820만 봉이 판매됐다. 미국에서는 진출 첫해에 92만 개가 팔리며 시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풀무원도 중국 샘스클럽에서 한식 참치 김밥 한 품목으로만 연간 100억 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다만 냉동 김밥은 신선 김밥과 식감 차이가 여전히 존재하며, 해동 방식에 따라 품질 편차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제한 사항이다.
골목 김밥집의 미래와 자동화 전문점
골목 분식집이 줄어드는 자리를 채우는 것은 자동화 설비를 갖춘 테이크아웃 전용 김밥 전문점이다. 김밥 자동 성형기와 야채 절단기를 도입하면 숙련 조리사 없이도 시간당 생산량을 높일 수 있어 인건비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인천 남동구와 부평구 일대에도 이런 방식의 매장이 2023년 이후 빠르게 늘어났다.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 많으며, 기본 김밥 가격을 4,000원 이하로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이 구조 덕분이다.
수제 김밥과 자동화 김밥의 공존 가능성
자동화 생산이 확대되면서 반대로 ‘수제 김밥’의 차별화 가치를 내세우는 소규모 매장도 생겨나고 있다. 재료를 당일 손질하고 주문 즉시 마는 방식을 유지하는 곳들은 가격이 줄당 6,000원에서 8,000원으로 높아졌음에도 대기 줄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식품 시장에서 자동화와 수제가 서로 다른 가격대와 소비층을 형성하며 공존하는 구조는 커피 시장에서 이미 확인된 패턴으로, 김밥 시장도 유사한 방향으로 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면책 조항: 이 기사는 공개된 통계와 기업 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일반적인 정보 기사입니다. 개별 매장의 가격과 운영 현황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기업 매출 수치는 각 기업의 공식 발표 기준입니다. 투자나 사업 결정 시 별도의 검증을 권장합니다.